버드 스트라이크(구병모)

출퇴근하는 고속도로나 지방도를 가리지 않고 도로 곳곳에서 동물들의 사체를 보게 된다.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건넜으면 싶다가도, 자신보다 큰 동물(물체)을 발견했다면 본능적으로 도망가기 위해 앞서 뛰게 되지 않을까, 그러다 차에 치였을 것이고. 진화의 속도보다 문명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도 별다른 조치가 없는 걸 보면 차에 치이는 동물들의 사건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로드킬’이 땅에서의 일이라면 ‘버드 스트라이크’는 하늘에서의 일이다. 차이가 있다면 하늘에서는 작은 새라도 비행기에게 치명적인 충격을 주기에 그 존재감이 도드라진다는 것. 그러나 인간의 앞길을 위해 치워야할 대상이라는 데에서는 오십보 백보다.

 

이야기는 도시인들[눈이 푸른 사람들]이 익인[날개를 가진 사람]들을 일상적으로 착취하며, 특히 날 수 있는 능력과 치유의 능력을 과학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관리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 중심 내용인데, 여러 가지 상징으로 폭넓게 읽힌다.

 

우선은 제목처럼, 자연을 파괴하여 문명을 이룬 도시인과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익인들과의 충돌인데 ‘버드 스트라이크’처럼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상황과 공존.

그리고 벽안인이나 익인 등 어느 집단에서나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혈통이나 신분 등) 소외, 차별, 혐오하는 사회의 문제와 이에 대한 극복 등.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또한 ‘다름’에 있다는 것. 실상 인류 진화의 필연적인 요소가 ‘다름=돌연변이’이기에 우리 사회가 유지, 발전할 수 있는 동인 역시 이 다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재미 있게 잘 풀어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대자연(=신화)과 인간 문명(=개발)의 치열한 전쟁을 다룬,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가 떠올랐다. 지금이 인간의 역사에서 보면 인간 승리의 역사이지만 지구의 역사에서 보면 지금은 생명 대멸종의 ‘인류세’이기에.

 

그래서 작가가 ‘조류 충돌’ 대신에 ‘버드 스트라이크’라고 제목을 명명한 것은 내용에 대한 강렬함을 더해 준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명명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초원조’, ‘익인’, ‘벽안인’, ‘시행’, ‘지장’, ‘유영기’ 같은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들은 그 자체로 낯설다. 익숙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낯설게 하기’의 효과를 준다. 굳이 해석하면 ‘벽안인’은 유럽사람들이나 백인 등 과학문명을 이끌었던 인류를, ‘시행’은 세습적인 속성이 있지만 현재의 시장이나 지도자를, ‘지장’은 지혜로운 부족장을, ‘유영기’는 비행기의 다른 이름이고.

‘휴고’, ‘루’, ‘비오’, ‘아마라’, ‘다니오’, ‘시와’ 같은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단어만으로는 특정할 수 없으므로 이야기를 초현실적 또는 보편적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누구에나,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으로의 충돌을.

 

(113) 살아오는 동안 남들의 반도 안 되는 크기의 날개로 인해 또래 간 다툼이며 안 좋은 일을 겪거나 생각 없이 차별하는 말들도 들었을 테고 그 누구보다 비오 스스로 느끼는 신체적인 불편이나 자괴감이 왜 없었겠는가마는, 그것은 나면서부터 그 애에게 주어진 몫으로 내가 해소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비오도 나를 탓하지는 않아. 세상의 모든 엄마가 자식을 낳아 놓은 것에 대해 일일이 죄책감을 느끼거나 사죄하면서 사는 건 부당하고도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사람은 누구나 그날그날의 감정에 충실할 권리가 있고, 그 결과로 인한 짐을 제 것이 아님에도 나눠서 져야 할 때가 있지. (중략) 우리가 짐을 나누는 것은 서로를 향해 마음을 베푸는 일이야.

 

✎ 공감이 가는 구절이다. 우리 부부 모두 키가 작아 아이들의 키에 대해 항상 걱정한다. 하지만 결국 작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 ‘키’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미안하다. 나도 키 작은 어머니를 크면서 원망한 적이 있기에, 특히 ‘얼굴 천재’와 같이 외모를 중시하는 이 시대에서. 그러나 키가 아니더라도 ‘평범한’이라는 기준으로 인간의 삶을 바라보면 충분하지 않은 게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부모의 능력을 탓하기 보다,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가꾸어 가도록 격려하고 여건을 만드는 우리 사회를 떠올려 본다. 그래서 혁신학교의 목표도 ‘삶을 가꾸는 교육’이다.

 

(192) 그것은 그동안 넓은 청사 어디에서도 진심으로 느껴 보지 못한 환영의 말이었다. 어서 오렴. 너는 우리의 손님이야. 우리는 네가 반가워. 그리고 루는 자기도 모르게 지장에게 항의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비오는 태어난 지 18년 만인 지금에야 비로소, 그들 사이에서 진정한 환영의 대상이 되어 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이었다. 문득 텅 빈 청사의 정원, 인사 비슷한 몸짓 대신 흘끔거리고 외면하던 직원들, 대체로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눈살을 찌푸리던 휴고의 낮은 목소리, 자신과 눈을 깊이 맞추는 대신 제삼자의 객관적인 응시를 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차례로 루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루는 대답 대신 시와의 따뜻한 품을 마주 안았다.

 

✎ 비오와 루의 공통점과 주요한 등장인물이 다 나오는 부분이다. 매슬로우는 생존과 안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사회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살고 싶은 욕구가 시작된다고 한다. 소속감 역시 인간의 삶에서 본능에 가까운 욕구이다. 사춘기가 험난한 이유는 이 소속감 때문이지 않을까. 일정한 그룹 안에서 안정적인 소속감을 느끼는 우리 청소년들이, 타인과의 배제를 전제로 소속감을 강화하기보다는 다름과 소속감, 그러한 한편 다 담을 수 없는 사람들만의 독특함도 용인하면 좋겠다.

 

*책 소개: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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