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물무산 행복숲 둘레길 산책

여느 때 같았으면 어머니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산악회를 통해 집안일의 답답함을 털어내셨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산악회를 한 번도 가시지 못했다. 답답해하실 어머니를 모시고 어디를 둘러볼까 고민하다 김밥부터 쌌다. 적당한 곳이 없으면 고향 산소에라도 다녀올까 싶어. 그런데 마침 사무실 장학사님이 '영광 물무산 행복숲길'을 추천했다. 무엇보다 사람이 적다는 말에 끌려.

 

9월 5일, 10 30분 영광으로 출발했다. 내비게이션으로 물무산 주차장을 검색한 뒤 창평나들목을 지나 고서IC-담양IC-고창IC-영광나들목을 거쳐 영광 묘량면으로 접어들었다. 표지판도 그렇게 안내하고 있었다. 지역 공동체 '여민동락'과 가는 길이 비슷하다 싶었는데 곧 마을길로 안내되었다.

시멘트로 포장된 마을길에, 안내판도 없이 굴착기가 찻길을 막고 있는 걸 보니 유명한 관광지는 아닌듯 싶었다. 잠시 기다리다 좀더 진행했는데 목적지로 알려준 '주차장'이 주차할 상황이 아니었다. 적치물에 잡초 또한 무성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네이버 지도’로 '물무산 행복숲길'을 다시 검색해 보니 산너머 4km를 더 가라고 안내한다. 태풍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마을길과 임도를 통과한 끝에, '영광 생활체육공원'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즉 물무산 행복숲길을 가고 싶은  분들은, '영광생활체육공원'으로 검색하고 따라 가시라~

 

마침 주차장은 아스팔트 포장 및 차선을 그리느라 막혀 있었다. 아파트 담벼락 그늘에 차를 세우고 차안에서 김밥을 먹었다.

 

<생활체육공원 주차장에서 게이트볼장과 풋살장을 끼고 올라가면 이곳이 나타난다. 해충기피제도 비치돼 있다. 2020.9.5.>

 

마스크를 쓰고 체육공원 오르막길을 지나 행복숲길 표지판을 만났다. 최대한 계단을 줄이기 위해 길게 만든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니, 산 중턱까지 나무로 만든 데크길이 보인다. 걸음으로는 1000보 정도하는 완만한 데크길을 따라 오르니 산 중턱에 이른다.

 

<경사를 줄이기 위해 지그재그 형태로 데크길을 조성했다. 그 노력이 대단하다. 2020.9.5.>

 

앞서 가는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걷기에 방향을 그리 잡았다. 길폭이 1미터는 넘게 잘 닦인 산책길이 주욱 이어졌다. ‘하늘정원을 지나 1시간 정도 걷다 돌아왔다. 거의 평지라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와 오기 좋은 곳이었다. 게다가 마주치는 사람도 거의 업었고. 돌아오는 길에 안내판을 보니, 유아 숲체험장이 반대편에 조성돼 있었다. 다음 주에는 민주를 데리고 와야지.

 

<물무산 중턱으로 이 정도 너비의 둘레길이 잘 조성돼 있다. 2020.9.5.>

 

그러나 일주일 뒤 물무산을 갈 수 없었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좀 묘했다. 학습연구년 샘들과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독서토론을 하며 곧 닥칠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삶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자로 확진자 발생 소식 및 주소지 보건소의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아라는 연락을 받았다. 미래는 매번 '성큼' 문밖에 있었다. 문맥에 어울리지 않게 정말 '성큼' 코로나가 옆에 있었던 것이다. 서구보건소에서 기다리다 관할 보건소로 가라는 말에 담양보건소로 갔고, 1시간을 기다리다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다음 날(금요일) 음성 통보를 받았고, 이틀 동안의 자율격리도 해제되었지만 물무산을 갈 수는 없었다. 혹시나 싶어.

 

그래서 일주일을 건너 뛰어, 2주만에 물무산을 다시 찾았다. 두 아들을 데리고.

이번에는 데크길 끝 산 중턱의 반대편 유아 숲체험장 쪽으로 해서 편백숲길을 지나 곧올재까지 걸었다. 역시 반대편 길도 완만하고 걷기에 좋았다.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이야기"에서 들어봤음직한 유아놀이터가 이곳에 있었다. 약간은 위험한 듯한 놀이터, 그러나 아이들은 그 속에서 성취감과 자기 신뢰감을 키울 것이다. 2020. 10. 11. >

 

편백나무 숲길과 단풍나무 숲길이 이웃하고 있다.

 

가족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걷기 참 좋았다그런데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조금 신경은 쓰였다둘레길을 삼분 했을 때오른쪽왼쪽 이렇게 삼분의 일을 걸은 셈이다내려와서 아파트 담벼락 옆에 세워 둔 차 안에서 김밥을 먹었다지역 식당이라도 이용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다.
유아 숲체험장을 지나면, 편백나무숲과 아기단풍나무숲을 지난다. 가을과 겨울이 기대된다.

 

<곧올재 입구에서 바라본 풍경. 왼쪽의 길이 국토, 중앙에서 오른쪽 가운데로 이어진 길이 서해안고속도로. 묘량쪽으로 들어오는 주차장 방향. 2020.9.20.>

 

그리고 오늘(9.27.)에야 물무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았다.

 

<1-2-3-11-10-9-8....-3번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았다. 점심은 7번 맨발황톳길중간지점에서 먹었다. 2020.9.27.>

 

어머니 무릎과 다리가 걱정이 되었지만, 다녀와서 여쭤보니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걸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안내판에서는 둘레길 10km 2시간 10분 정도면 된다고 했으나, 우리 가족들은 11시에 출발해, 두세 번 쉬는 시간, 점심 먹을 시간 포함해 2 30분 정도까지 걸었다. 그러니까 한 3시간 걸었던 것 같다.

 

<영광 물무산 행복숲 종합안내도>

 

담양에도 추월산 근처 담양호 주변으로 용마루길이 제법 길게 닦여 있다. 그런데 광주 근교라 사람이 많을 것 같아, 결국 집에서 7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곳 영광까지 오게 되었다.

 

영광에 오면서 표지판을 보니, 영광은 이름처럼 참 묘한 곳이다. 백제불교도래지이면서, 원불교의 성지가 있는 곳이고, 기독교·천주교 신자들의 순교지이기도 하다. 땅에 어떤 기운이 있기에 이런 다양한 믿음이 존재할까.

시간을 두고 와보고 싶은 곳이다. 물론 장모님 산소가 법성에 있어 일년에 두 번씩 오는 곳이지만, 성묘만 하고 함평이나 고창, 또는 부안으로 바로 방향을 틀었는데 참 궁금한 곳이다. 자주 들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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