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씨남정기(김만중)


전편 <창선감의록>의 역동적이고 당찬 여성들을 목격하고 난 후, <사씨남정기>를 읽으니 생각보다 고루하고 평범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옮긴이가 <사씨남정기>가 인현왕후 폐위와 연관해서 쓴 목적소설이 아니라고 하니, 약간 허무한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일단 하루 만에 다 읽었다는 점, 제목만 들어봤지 그 동안 읽지 못했던 <사씨남정기>를 읽었다는 생각에 좀 뿌듯하기도 했다.

 

-인상 깊은 구절- 

(28) “지아비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실로 부덕(婦德)이다만 남편이 잘못된 행동을 할지라도 순종할 것이냐?”

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옛말에 부부의 도리 또한 오륜에 속해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에게는 간언하는 아들이 있고, 나라에는 간언하는 신하가 있으며, 형제는 바른 도리로 서로 격려하고 벗들은 착한 행동을 권하는데 어찌 오직 부부의 경우만 그렇지 않겠습니까? 허나 예부터 남편이 부인의 말을 들으면 해롭기만 하고 이로움이 없었으니 암탉이 새벽을 알리는 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 도대체 뭔 말? 결국 남편에게 옳은 이야기를 하겠으나 거의 하지 않겠다는 말?

 

(31) (두부인) 관저와 규목이 비록 태사의 투기하지 않는 덕을 노래했다지만 문왕 또한 호색하지 않고 애정을 고르게 하여 첩들의 원망을 없게 하셨네. ~ 또 옛날과 지금이 다르고 성인과 범인은 큰 차이가 있다네. 다만 투기하지 않는 것으로 이남의 교화를 본받고자 한다면 진실로 이른바 헛된 이름을 좇다가 정말 재앙을 받는다는 것일 테야.

✎ . 정확하게 사씨의 미래를 짚어낸 예지력. 솔직히 굳이 애써 두 번째 부인을 권한 사씨의 마음이 도통이 이해가 되지 않는데. 본인의 덕성을 시험해 보고자 했을까? 어느 정도까지 참고 이겨낼 수 있는지??

 

(75) 교씨가 즉시 두부인의 편지 몇 장을 구해 동청에게 주었다. 부녀자의 필체라 베끼기 쉬웠다.

✎ 지금의 보이스피싱 같은 느낌. 당시에는 편지가 지금은 전화나 톡으로.

 

(89) 술잔을 받들고 소사의 사당에 다시 들어가고 싶네만, 어찌할 수 있겠나? 인아의 생사도 어찌되었을까? 내 아이와 아우를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을 텐데.

✎ 결국 남편은 보고 싶지 않다는 속마음?

 

(93) (낭랑) 만약 장공이 장강의 내조를 받았더라면 위나라는 마땅히 초나라 장왕의 패업을 이루었을 것이요, 한나라 성제가 반첩여의 경계를 따랐더라면 한나라는 마땅히 주 선왕처럼 중흥을 이루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 두 임금은 어리석어 하늘이 내린 복을 받을 수 없었지요. 따라서 두 부인은 죄를 얻어 쫓겨났습니다. 이는 하늘이 오나라와 초나라를 망하게 하고 위나라와 한나라를 쇠잔하게 만들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결과론적인 해석이지만. 쫓겨난 부인의 입장에서 망할 운명이라 옳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말이 위로가 충분히 되었을까?

 

(96) (위나라 장강, 한나라 반첩여, 후한의 조대가, 양처사의 아내 맹씨를 보고) 여러 부인께서는 첩이 평생 모시고 심부름이라도 하길 바랐던 분들이옵니다. 오늘 직접 얼굴을 뵐 수 있을 거라고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IT업계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이 스티브 잡스를 만난 격이니, 이른 바 롤모델을 만난 것 이게 진짜 큰 힘이 되었을 듯.

 

(112) 설매가 결국 인아를 안고 물에 던지려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사부인께서 평소 나를 매우 사랑하셨지. 그런데도 나는 교씨와 모의해 빈말을 지어냈고, 결국 부인께 큰 화가 미쳤어. 이제 또 공자를 물에 빠뜨려 죽인다면 너무 심하게 하늘을 거역하는 게야. 어찌 두렵지 않겠어?’

 악인이 마음이 돌아설 때. 이렇게 주춤거리는 순간들이, 마음이 돌아서는 순간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인과성 떨어지는 선택.

 

(137) (사씨의 동생) 누구인들 허물이 없겠습니까마는 고치는 것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매형이 비록 한때 소인에게 속았지만 끝내 깨달았으니 군자라 이를 만합니다.

 잘못을 뉘우치고 깨닫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 군자? 너무 빠른 용서와 칭찬이 읽는 독자를 민망하게 한다. 그것도 그 동안 누이의 고초를 잘 몰랐었고,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말이다


사씨남정기
국내도서
저자 : 김만중 / 류준경역
출판 : 문학동네 2014.10.04
상세보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