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부자들(박순걸)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과 교육자치’, ‘학교자치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하다 첫 번째로 검색된 게 이 책 학교 내부자들이었다. 조직의 배신자로 핍박과 탄압을 피할 수 없지만 공익을 위해 조직의 문제를 드러내는 내부 고발의 느낌이 떠올랐던 이 책은, 현직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이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일반인들에게 학교의 민낯과 학교의 지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집단 안에 있다 보면 집단의 문제에 둔감해진다. 익숙해졌기 때문인데, 적응하며 살려는 본능이 작동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하튼 그러한 문화에 나도 숟가락을 얹고 있으니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집단을 변호하려는 심리도 있어 둔감해 진다.

 

학교도 그렇다. 문제는 그걸 모르고 살다 이런 책을 읽거나 교직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조금 다른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된다. 민주시민을 길러야할 학교가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교를 지원할 조직체계 역시 학교를 관리하려하는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존재론적으로 사회문화를 선도하고 지탱해야할 학교가 오히려 사회보다 덜 민주적이다. 덜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민주적인 시민을 양성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존재론적 한계일 수밖에 없다.

대안도 제시돼 있다. 학교 역시 사회 속에서 치열한 삶의 현장일 수밖에 없지만, 학교이기에 교육을 중심으로 재조직될 수 있다는.

 

인상 깊은 구절을 중심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15) 마이클 애플은 그의 저서 "민주학교"에서 학교들이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지지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하지 않고 그를 위해서 존재하지도 않는다면, 그 학교들은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는 것이거나 사회적으로 위험한 것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학교들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에는 무관심한 채 자신들이 먹고사는 문제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길러내게 되어 민주주의에 적이 될 사람들, 쉽게 선동꾼의 먹이가 될 사람들, 민주적 삶의 방식에 적대적인 지도자를 옹위하는 사람들을 교육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애플 교수는 이러한 학교는 쓸모가 없을 뿐 아니라 해악을 끼치므로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 교육 받기 어려웠던 시대의 세대들,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입시에 내몰렸던 세대들이 보여 주는 사회 문제와 사회적 비용이 심각하다. 학교가 민주주의를 체화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에도 학교 존재의 의의를 문제 푸는 능력이나, 경쟁을 통해 서열화하려는 논의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혁신학교의 교육적 성과에 대한 폄훼, 자사고 폐지의 문제들이 사회적이고 교육적인 판단이 아닌 정치적이거나 개인주의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미래에서 온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 주류를 형성할 2030년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예견하는 것은 성급한 것일까.

 

(16) 민주학교는 관리자와 교사의 민주적인 관계와 문화에서 출발한다.

(66) 민주적인 학교 문화 속에서 민주적인 삶을 경험한 교사만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기제를 작동시키고 정착시킬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는 민주적이어야 하며, 그런 사실을 자각하는 관리자가 있는 학교라면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관리자가 민주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승진 과정이 정말로 비민주적이며, 그것을 감내해야만 관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69)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내라는 지엄한 국가교육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삶이 민주적인 공기 속에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가시적인 방법으로는 교직원 협의회가 민주적이어야 하며, 상명하복의 권위적 명령에 의한 교육과정의 운영이 아니라 소통과 협의를 통해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민주적인 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문화의 바탕 위에서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되어야만 학교에 올바르게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문화가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관리자가 되기 위해 과정에서 관리자는 양성과정에서 그렇기 어렵다. 그렇다면 학교구성원들이 연대하+고 자각하여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거나 아니면 공모제 교장 등을 통해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교육감이 바뀌어도 학교는 변하지 않는다. 교장, 교감이 변해야한다. 결국 닭이냐, 달걀이냐는 논쟁처럼 들리기도 하다..

 

(133) 초중등교육법 제20조 교직원의 임무

4.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5. 행정직원 등 직원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6조의5(학급담당교원)

3. 학급담당교원은 학급을 운영하고 학급에 속한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과 그와 관련된 상담 및 생활지도 등을 담당한다.

 

✎ 20196월 광주의 학교는 공기정화기를 설치·운영하는 업무를 누가 처리할 것인가로 뜨겁다. 이 외에도 CCTV를 설치·관리하는 업무, 시설 안전을 포함한 안전을 총괄하는 업무, 정보보안에 관한 업무, 교육기자재 유지·관리의 업무 등 학생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업무들에 대해 조정해 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고, 학교에는 다양한 직종이 서로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교직원의 임무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조정이 필요하다.

 

(183) 교감도 교사와 마찬가지로 업무명이 정확한 업무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부장교사에게 어쩔 수 없이 많은 일이 주어지겠지만, 매월 반복되는 일이나 교무행정원과 함께 처리할 수 있는 일은 교감이 맡는 것이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큰 지원이 아닌가 한다.

수업형 교감일 필요도, 업무형 교감일 필요도 없다. 다만 교감이라는 권력 위에 있지 않으며 교사의 입장에서 살펴 무엇을 지원할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교감이 교사들에게 필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관리만하는 교감이 아닌 지원형 교감이고 싶다.

 

✎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학교의 교장, 교감, 행정실장은 구체적인 업무보다 총괄이라는 포괄적인 책임을 맡아, 교사의 업무 세부 단계마다 통제해, 책임질 일을 철저하게 막는데 힘을 쏟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법으로 정해진 학교장의 권한마저도 교육청에 조치를 요구하며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답답하기도 하다. 그런데 가장 답답한 것은 이분들이 서로 연대하여 변화에 대해 공동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266) 학교에서 지식과 기능을 가르쳐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모든 것은 컴퓨터가 대체할 것이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소통하고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능력이다. 기계가 인간을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영역인 대화와 타협,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로 만들어가는 도덕적이고 인권 친화적인 세상을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가까운 미래에 힘을 모아 만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길러야 할 교사들을 0.1점이라는 더러운 오물의 구렁텅이 속에 가두어 서로를 견제하면서 보이지 않는 교사들과 경쟁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 혁신학교 생활을 하면서 교사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이 솔선수범의 리더십이었다. 교직사회의 문화가 민주주적으로 형성되면 아이들의 문화도, 우리 사회의 문화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교감 연수를 받는 선배 선생님에게 선물로 드렸다.

 

학교 내부자들
국내도서
저자 : 박순걸
출판 : 에듀니티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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