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진천규)

아이 친구들과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으로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를 선정했다. 아이들이 전남도교육청의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에 '통일 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있어 도움을 주려고 북한 관련 책들을 살펴보다 주위 선생님들에게 추천 받았다.

 

아이들과는 저자가 사진 기자답게 사진이 많아 '인상적인 사진 5장면으로 소감 나누기와 제시된 주제를 깊이 생각해 보기'로 활동을 진행했다.

남과 북,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가 소강 상태인 지금, 우리의 처지가 미국만 바라봐야하는 상황이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노력은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북한에 대한 정보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나는 다음의 다섯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1. [30~31] 201710월의 평안도 농촌 풍경

저자가 신의주에서 평양으로 가는 길에 본 농촌 모습은 내가 초·중학생이었던 1980년대 농촌 모습과 비슷했다. 당시에는 5월 말 이틀 정도를 도시락과 낫만 들고 학교에 가 '보리 베러' 갔다. 일손이 부족해 농사에 서툴고 장난기 많은 중학생들에게까지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틀 일정은 매번 하루씩 더 늘었다. 딱 그때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우리와 북한의 경제 차이가 30년 정도 되는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장기적으로 통일하려면 그 차이를 메워 가는 것이 큰 숙제일 것 같다. 그런데 그 30년의 차이와는 별도로 지금 우리보다 30년 전을 살고 있는 북한 사람들이 그래서 더 불행해 하고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평양은. 

 

2. [72~75] 대동강 둔치에서 여유를 즐기는 평양 사람들의 일상

이 장의 제목이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같다인데 구체적으로 평양 사람들의 일상, 평양 풍경을 보여준다. 출퇴근 시간 만원 버스, 퇴근 후 한잔 즐기는 모습, 대동강 둔치에서 반려동물과 산책하거나 운동, 낚시하는 모습. 작년 4.27 때 김정은 위원장의 “이제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그렇게 보인다.

우리는 낯섦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실상은 대체로 비슷하기에 낯선 한두 가지에 신선하게 보이고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3. [109] 중학교 여학생 4우리 찍은 사진, 모두 삭제해주세요!”

(111) “진 선생에게 우리의 체제를 무턱대고 선전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보편타당하게 기자로서 양식을 가지고 충실하게 보도해달라는 겁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김미향 씨는 마지막으로 내게 이렇게 당부했다.

아이들 사진을 찍으며 북녘 사람들이 남한 기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올바른 언론관이란 어떤 것인지까지 이야기하게 되었다. 언론관에 관해서는 서로 자신의 입장과 견해가 있겠지만, 평양의 아이들이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이 신선하면서도 남한 기자에 대해 불신과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이 장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남한 기자들에 적대적이었다. 그간 북한에 대한 남한의 보도들이 맥락과 다르게 이용되었거나 북한의 치부를 드러내었다는 불신 때문이다. 물론 북한도 남한을 부정적으로 그렸을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도 북한 기자가 주변에 있다면 적대적이거나 특이하게 보았을 것이다. 3년 동안 치열하게 전쟁을 했고,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휴전 중이라 좋게 볼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단정적인 말은 구호로 그치는 것 같다. '통일'은 막연하다. 그런데 '미래에서 온 아이들'인 남과 북의 청소년들이 서로에 대해 적대적일수록 통일은 분명히 우리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남한의 보도 태도에 대해 [156~157]에서 저자는 평양 시민들 사이에 섞여서 취재할 수 있었던 이유를 북한의 요구를 이해하고 신의를 지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취재 전 다음 세 가지를 지켜 달라고 했단다.

 

첫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이나 사진 등을 촬영할 경우 신체 일부가 잘리거나 방해물에 가려지는 일 없이 전체의 모습이 온전하게 나오도록 해달라는 것

둘째, 건설노동자를 찍지 말라는 것. 아무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 직종이 아예 없다고. 그래서 군인이 대신하므로 찍으면 안 된다는 것

셋째, 남루한 모습의 등이 굽고 나이 든 노인을 찍지 말라는 것. 기자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으므로.

 

특히 첫 번째는 우리 눈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북한과 공존하려면 그들 체제의 특성이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대결이 아닌 공존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158) 이로써 나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서로 약속을 지키는 것. 이 단순한 태도가 남과 북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이 태도를 견지할 때만이 서로 가까워지고 더 많은 것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4. 7[247~]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북한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대규모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인상적이 것은 철거민에게 입주 1순위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평양이 다른 지역과 다른 특혜가 있는 '특별시'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도 용산에서 철거민이 생존을 요구하며 저항하다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고, 7~80년대를 다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우의가 아닌 현실 문제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집' 때문에 파생된 다양한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인상적이다는 것일 뿐이다. 

 

5. 평화가 소중하다

그런데 이런 감상평을 적으면서 나도 계속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혹시 내 생각을 오해하지 않을까. 

(267) 내게도 많은 이들이 항상 주의하라며 걱정 어린 말을 해준다. 무엇을 조심하고 눈치를 보란 말이겠는가?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덧씌워지는 것을 주의하라는 말이다. (중략) 나는 기자다. 지난 30여 년 동안 일관되게 기자로 살아온 것을 기반으로 기자정신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는 어떤 사람인가?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기자 본연의 역할만 제대로 한다면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떳떳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자세로 북녘을 취재하고 그 모습을 알리고 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까지 내 놓으며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지키려 했던 것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전제에서 자유롭게 사고할 자유를 갖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전쟁과 독재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왜곡된 경제적인 자유의 정의와 맞물며 가진 자와 있는 자들의 구별짓기와 혐오 속에 자기 검열을 강제당해 왔던 것이다. 그것이 지그은 세대 간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남녀 간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면 공동체적 배려를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사고가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새삼

(280) ‘평화가 소중하다

지구상에 단 하나 남은 분단국가, 한반도.

최근 급속히 전개되는 평화 분위기 속에서도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꿈과 포부를 펼치고 젊은 연인들이 전쟁에 대한 공포나 불안 없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이 당연하면서도 쉽지 않는 과제가 우리에게 남아 있다.

 

이 책은 사진집에 가까운 책이라, 사실 길게 쓴 감상평 보다 책 속의 사진을 넘기다 보면 저자의 마음이 금방 와 닿는다. 그래서 사진을 볼 수 있는 오마이뉴스 서평을 연결한다.

http://omn.kr/14m5k

 

물론 인터넷에서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를 검색하다 보면, 평양 지역 이외의 지역 주민들의 어려운 실상을 담은 사진들도 검색된다. 그것도 북한의 실상일 것이다. 

 

아이들과 나눈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책에 나오는 북한 사람들의 생활은 평양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전반적인 북한 사람들의 생활은 어떤가?

2. 이 책에서 북한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가요? 나라별 행복지수를 통해 '행복'이란 무엇일까, 북한 사람들은 행복해 하는지 알아보자.

3. 우리보다 먼저 통일한 독일의 통일 과정을 참고해 남한과 북한이 공존하는 과정을 알아보자.

4. 통일은 득이 많을까, 실이 많을까?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국내도서
저자 : 진천규
출판 : 타커스 2018.07.30
상세보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