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달리기(김혜원)

5.18 관련 영상을 보다 보면, 도청 앞 금남로에 부처님 오신날과 전국체전을 기념하는 홍보물이 눈에 띤다. 매년 돌아오는 행사여서인지 5월 광주가 더 가까이 느껴진다.

제목 "오월의 달리기"를 보며, 전국체전과 관련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는 전국체전 전남대표로 선발된 나주 출신 진규가 두 달간 사직공원 근처에서 합숙하며 겪는 5월의 참상이다. 고된 훈련 속에서도 틈틈이 즐길 거리를 찾던 천상 초딩들이 접한 계엄군의 진압은 충격적이며 이해할 수 없다.

(96) "아, 아녀. 우리 엄마헌티 이런 야그는 못 들었어야. 나가 아까부텀 생각혔는디, 아무래도 저 군인들은 우리나라 군인이 아닌갑다. 북한 김일성이가 보낸 인민군이 분명허당께. 우리나라 군인이믄 한나라 사람을 복날 개 잡드끼 두들겨 패겄냐?"
진규가 몸서리를 쳤다. 명수는 뒤를 돌아봤다. 광주천 건너 멀리 한 무리의 군인이 뛰어가는 게 보였다. 그라믄 우리나라 군인들은 워디 있는 겨?

 

하지만 신군부의 폭력은 진규에게도 찾아온다. 자신을 만나러 오던 아버지가 광주 길목에서 계엄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과 우리를 지키기 위해 군인들에 맞서게 된다.

(120) "긍께라. 우리 군인들이 왜 우리 시민들헌티 총질을 허냐고 아그들이 묻는디 헐 말이 읎어라. 이게 말이 된다요? 박정희가 지멋대로 법을 고쳐 십육 년이나 대통령 자리에 있었으니께, 인자는 그란 일 읎도록 지대로 된 나라 맹글자고 허는 학생들이 불순분자고? 그런 학생들 때려잡는 거 보고 말리러 나온 시민들이 폭도고? 그라믄, 불순분자고 폭도는 총 쏴서 죽여도 된다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디 소년체전이 다 뭐다요."
박 코치가 울먹였다. 명수는 저도 모르게 눈두덩이 뜨거워졌다. 성일 코를 훌쩍이면서 국민 교육 헌장을 다시 중얼거렸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141) "아재, 그라다 군인들이 돌아오믄 큰일 나는디요. 어른들이 언제 군인이 다시 올릉가 모른다고.."
정태가 걱정스런 얼굴로 미스터 박을 쳐다봤다.
"그것들이 오믄 우덜이 딱 치키고 있을 겨. 사람들이 겁나게 죽었는디, 명수 아부지맹키로 아무 죄도 읎는 사람들이 다 죽었는디, 누구라도 나와 지키덜 않으믄 우덜을 우습게 볼 거 아녀. 그라믄 군인들을 죽이고 흉악헌 짓을 허지 않겄냐. 그라지 못 허게 우덜이 본때를 보여 줘야제."

 

진규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소식을 나주 집에 전달하기 위해 한밤중에 산을 넘는다. 그러다 계엄군의 조준사격을 당할 뻔하지만 자신들의 행동에 심각성을 느낀 군인 덕분에 살아남게 된다.
그 뒤 진규는 시계를 수리하는 아버지를 따라 시계수리공이 되고, 진규를 조준사격하려 했던 계엄군은 진규가 떨어뜨린 회중시계를 전달하고 속죄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 진규를 만나게 된다.

다양한 소재와 처지로 오월의 아픔을 담아내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글이 많다.
이 책은 광주에 살지 않으면서도 전국체전 합숙이라는 특별한 계기로 광주에서 오월을 겪는 주인공의 아픔과 전국 1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친구들 사이의 경쟁심, 또 나름의 가족문제로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더 큰 참상 앞에서 서로 격려하고 연대하는 모습도 잘 그려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저학년 수준의 학생들 눈높이에 잘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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