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학교(박현숙)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특별하게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평범한 학생들의 흡연도 많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흡연을 문제 삼는 것은, 중독성이라는 흡연 자체도 문제이지만, 담배를 구입하는 과정에서(돈이 부족하거나 담배를 구할 사람이 많지 않아)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 또 중독성이 심해질수록 무단 외출 등으로 인한 근태의 문제, 인근 지역의 민원 발생, 또 교내 흡연으로 인해 근태나 공공질서를 어지럽힐 가능성도 높다.

결국 담배가 문제이므로 가급적 처벌보다는 금연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금연학교"
제목처럼 흡연에 정조준하는 책이다. 사회적 분위기 상 흡연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금연 결심도 적지 않게 많은 것이다. 그러나 시도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중독과 의지 박약을 확인하고, 결국은 끊을 수 없다는 것에 자신을 방어하는 쪽으로 태도를 정하게 될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 책을 권하는 순간, 금연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비칠 것이다.
과연 이 책을 그런 거부감을 어느정도 완화해 주면서, 후반부 금연학교의 프로그램에 자신의 삶을 대입해 보면, 금연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는 고민이 된다.

담배를 피웠던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운 '준영'이가 급성 폐렴으로 사경을 헤매는 장면은 긴가민가했다. 책 말미에 작가의 경험이라고 하니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금연이 담배와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며, 금연 때문에 잃었던 것, 상상을 통해 자기의 꿈을 펼쳐가는 과정에서,무엇엔가 중독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또는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중독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자는 이야기로 설득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흡연 학생들에게 추천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105) 이제 내 앞날은 어떻게 될지, 당장 오늘 집에는 또 어떻게 들어갈지 앞이 캄캄했다.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수십 번! 차라리 이참에 집을 나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집구석 뜨겠다고 결심했는데 그 시기가 조금 이르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중략)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당장 잘 곳이 없다는 것이다. (중략)
"아아아아아."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 아프냐?"
서라가 물었다. 진짜 돌겠다. 참견하는 말마다 기가 막힌다. 그런데 이 상황에 담배가 생각났다. 담배 한 번 깊게 빨아들이면 속이 다 시원해질 거 같았다. 모든 게 담배 때문에 일어난 상황이고 지금의 내 한심한 꼬라지도 담배 때문인데 그 웬수 같은 담배가 생각나다니.

(140) "담배에 중독되고 나면 우울하거나 불안해지지요.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담배를 찾게 됩니다. 담배는 일시적으로 행복하고 평온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람을 더 불안에 빠지게 만듭니다. 담배의 덫에 제대로 걸리게 되는 거지요. 그렇게 담배의 덫에 걸리면 잠깐의 쾌락을 위해 담배에게 건강과 여러분의 꿈을 모두 담보로 바치게 됩니다. 담배를 피우기면서 공부에 열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수 있을까요?

(217) "여러분은 지금 담배로 인해 상처받은 일들을 이야기 나누고 계십니다. 담배를 억지로  피우지 않는 것이 금연이 아닙니다. 내 스스로 담배를 거부하는 게 금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담배 때문에 상처받았던 점과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걸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249) "그런데 어제 꿈을 이룬 상상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심장이 뛰는 나를 발견했어. 내 꿈은 묻어두었을 뿐 죽은 것은 아니었지. 나는 오늘부터 그 어느 것의 지배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의 주인이 되어 살아보기로 했다. 꿈은 묻어두기 위해 품는 것이 아니라 이루기 위해 있는 거니까."
 
금연학교
국내도서
저자 : 박현숙
출판 : (주)자음과모음 20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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