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육이야기(박진동, 김수정)


학교를 바꾸고자하는 운동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혁신학교’ 형태로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학교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교사, 학생이 바뀌어야 하지만, 학교 운영을 뒷받침하는 국가적인 시스템 역시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각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혁신학교’는 학교 차원의 개혁운동이라 생각한다.


혁신학교 이전에도 ‘학벌없는 사회’ 등에서는 국립대통합네트워크 같은 대학평준화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대학교 서열부터 없애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국가가 설립 주체인 국립대부터 해보자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지 10년은 된 것 같은데 아직 큰 울림은 없다. 

그 사이 대입제도는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바뀐다.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사교육 시장은 더 확대되고 학교는 국공립, 사립할 것 없이 전부 쥐어짜기 교육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손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와 교육 시스템, 국가 시스템이 다른 나라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리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회의 많은 부분이 수구와 진보의 대립인 것처럼 교육도 그렇다. 어찌보면 ‘교육’이기에 가장 정치적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혼란스럽다.


캐나다 교육, 캐나다 생활이 참 부럽다.

우리나라 아이들, 교사, 학부모 모두 엉뚱한 곳에 힘쓰고 있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어느 제도가 더 낫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캐나다 교육이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보다 더 선진국이니까.


(68) 토론토 대학교의 입학 제도는 한마디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자신 있으면 한 들어와봐!” 이것이었다. 난 이걸 줄여서 ‘함 드롸봐!’ 시스템이라고 부르고 싶다. 자신 있으면 들어와 보라고 문을 활짝 열어놓으나 들어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으며 가벼워서도 안된다.

✎ 캐나다 대학은 거의 평준화 돼 있다. 그리고 입학이 쉬운 반면 졸업은 아주 어렵다 게 인상적이다. 들어오는 것은 쉽게, 그러나 졸업까지는 어렵게. 특히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사’자 직업들은 전문대학원체제로 돼 있어 대학교 입학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졸업하기 어렵고, 전문대학원은 더 어렵고. 또 수능 같은 일제고사가 없기 때문에 대학의 수준을 비교할 수도 없다. 

그래서 고등학교는 교육과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 고등학교 역시 석차를 표기하는 일이 없고 서술형 평가나 이른바 수행평가가 많아 학부모가 성적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한다.


(155) 핀란드의 교육을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내용들을 보면, 경쟁 없는 교육(순위가 없는 성적표), 학습 선택권, 학습 자율화와 다양화, 공동 커리큘럼의 축소, 학생의 학습 속도에 맞추는 교육, 다양성과 특수성으로 조화된 학교, 학교 운영 자치권 등등 좋은 것이 많다. 그런데 그 주옥같은 교육을 만드는 핀란드의 핵심 교육철학은 ‘Equity(에퀴티)’이다. 그래서 핀란드 교육을 이야기하며 ‘평등 교육’을 많이 이야기한다. 

캐나다의 교육 기본 철학도 ‘Equity’다. ‘Equity’는 권리나 가치에 쓰이는 말이다. 동등한 권리나 가치를 의미하며 직영을 한다고 해도 ‘평등’보다는 ‘공평’이 적당하다. ‘Equity Education’이라는 의미는 모든 학생들이 상위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동등하며, 학생 개개인의 차이에 관계없이 개별 학생들은 사회에서나 집에서나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점에 기초한 교육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권리가 평등한 사람들을 필요에 맞게 교육한다는 의미이다.

✎ 캐나다에서는 능력에 따라 맞춤식 교육을 한다. 우수 집단을 선발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공평의 개념에서 학생 수준에 맞게 공부하고 그에 맞게 평가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교과는 대학에서도 인정받는 교과(특목고), 종합대학에서 인정받는 교과, 전문대에서 인정받는 교과 중에서 능력에 맞게 선택하고 능력에 맞게 대학을 진학한다. 부족한 능력은 채우고 공부가 맞는 사람은 공부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보통 교육 이수 후 직업교육을 받는 시스템이다. 학습 부진아에 대해서도 여름방학을 이용해 따로 지도하며, 일정한 점수가 넘지 못하면 유급을 하게 된다. 모든 학비를 교육청에서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유급되지 않도록 인력 지원 등을 충분히 한다고 한다. 일정한 시간만 지나면 진급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고 그렇지만 최소한의 학습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학생들을 배출하는 우리 교육에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우수 집단에만 신경 쓴 필연적인 결과다.


(252) 고등학생들은 선생님이 칭찬이나 사탕발림 말로 통제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미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아이로 자란 청소년을 새로 만난 선생님이 뜻대로 통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통제가 잘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생님은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뿐 다른 행동거지에 대해서는 시비를 붙이지 않는다. 어떤 학생의 행동이 수업에 방해된다면 교실에서 쫓아내 교장실이나 교무실에 가서 기다리라고 한 뒤 수업을 마치고 그 학생과 이야기한다.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하면 대체로 잘 해결되지만, 계속 말을 안 들으면 그냥 부모에게 통보한다. 굳이 때려가면서까지 학생을 교육하겠다고 하지 않는다.

✎ 학부모를 만나보면 학교에서 배움보다 인성교육에 신경 써 달라는 부탁을 많이 듣는다. 용모, 복장 규정을 대신해 달라는 것이다. 당연히 교사와 학생은 갈등을 빚고 수업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학교는 배움을 실천하는 곳이고, 인성은 공동체 교육 및 존중과 배려의 교육일 것이다. 그 외의 것은 규제할 것도 아니며, 공동체 교육 및 존중과 배려의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실천해야할 것이나 이미 폭력이 너무 가까이에 있다.


(306) 아이들이 자라면서 마음껏 뛰어놀고, 해야 할 공부 다 하고, 운동을 해서 튼튼하고 건강한 육체를 만들고, 평생 자산이 될 음악이나 예술 특기 한두 가지를 갖추게 하는 등 무한한 잠재성을 발굴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경쟁력이 아닐까?


캐나다 교육, 너무 달라서 ‘놀람’은 많지만 ‘울림’은 크지 않다.

그냥 의기 소침해 진다.


캐나다 교육이야기
국내도서
저자 : 박진동,김수정
출판 : 양철북 201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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