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 왈왈(박상률)


동부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하는 독서경시대회 추천 도서들이 해마다 흥미롭다.
최근 작품들을 중심으로 추천되고, 내용도 기성 세대의 시각보다는 청소년들의 열린 시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자 왈왈"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춘향이의 입장이 아닌, 방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과 이몽룡, 춘향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춘향전보다 이야기가 현실적이고 표현도 걸쭉하다.

고전이란 참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 같다.
당시를 고증할 수도 있고, 시대를 앞서 읽어갈 수 있으며, 현재 속에서도 매번 재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걸, 이 "방자 왈왈"을 읽다보면 이해가 된다.

그렇게 새로 읽은 "방자 왈왈"은 춘향전을 지은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것처럼, 작가의 의도 또한 잘 드러내고 있다. 
원전 "춘향전"이 기생도 일부종사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정실 부인도 될 수 있다는 신분 상승(신분제 사회의 붕괴를 전제로 한)과 정절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하고 있지만, 몽룡이 한양으로 가서 과거에 합격해 암행어사가 돼 돌아온다는 건 당시 현실로서 여러 가지 무리수를 가진다는 한계가 있다.
그에 비해 "방자 왈왈"은 이몽룡 집안의 몰락과 함께, 공부가 짧았던 몽룡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돌아온다는 설정은 다분히 현실적이다. 그리고 과거 공부만 공부가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공부라는 것이 작가의 메시지이며, 이런 내용은 작가의 이전 소설 "나는 아름답다" 등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책을 추천하면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청소년 문고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책과 경시대회라는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방자 왈왈"이 똑같을까. 성적인 입담의 수위와 춘향이와 몽룡이의 육체적 사랑의 표현이 좀 강하지는 않는가.
실상 '어른'이라는 말처럼 성이 일상일 수밖에 없는 성인들의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져, 이제는 뻔한 이야기로까지 치부되는 세상에 '방자 왈왈'이 그 얼마나 야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만은,

독서경시대회 책으로 이 책 말고 다른 책은 없었을까. 이런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202) "언젠가 되령도 그런 말 한 것 같기는 한데, 공부라는 것이 과거 공부만 공부겄어? 인자 허는 말이제만 진짜 공부는 사랑할 수 있는 맘을 닦는 것이여. 어디 가서 살든 진짜 공부함시롱 잘 살어야 써. 나중에 늙어서 옛날이야기 함시롱 살게 말이여."


(204) 몽룡은 춘향이 뜻밖에도 화를 내지 않고 되레 다독거려 주자 힘이 솟았다. 그랬다. 애초에 과거 공부는 몽룡이 몫이 아니었다. 공부 말고 다른 방법이 없어 기기에 매달렸을 뿐이었다. 방자처럼 이런저런 재주와 요령이 있었다면 과거 공부는 진즉에 때려치웠을 것이었다. 이제라도 깨닫게 된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이게 다 사랑의 힘이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사랑의 힘은 참으로 셌다. 허물도 덮어 주고, 힘도 다시 나게 해 주었다. 사랑이야말로 진짜 공부였다. 사랑 때문에 날려 보낸 것들보다는 사랑 때문에 얻은 것이 더 많다고 느껴졌다.


방자 왈왈
국내도서
저자 : 박상률
출판 : 사계절 201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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