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에게서 소년에게

 

 

거세게 밀려오고 밀려가는 느낌 때문인지 바다에 대한 기억은 항상 새롭다.

내 고장 <강진>은 이름으로만 보면 바다와 가까운 곳이지만, 내고향 <병영>은 육군 주둔지가 있었던 곳으로 큰 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까닭에 초등학교 4학년 때 해남 송호리 해수욕장에서 만난 바다는 짠맛과 강렬한 햇빛을 피부 깊숙히 느끼게 해 준 역동적인 공간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우리를 정말 사랑으로 키우셨다. 당시에 익숙하지 않던 OHP를 이용해서 수업하셨던 것도 그렇고, 모둠을 나눠 발표 수업을 이끄셨던 것도 그렇고. 점심시간에는 가사가 좋은 민중가요도 틀어주시고 선생님 하숙방으로 불러 새참도 만들어 주시고 선생님 방에 가득찬 책도 구경시켜 주셨다.(그때 korean war라고 쓰인 원서를 처음 보았다. 6.25전쟁을 한국전쟁이라 명명한 외국 책을 보면서 역사에 대한 또다른 시각이 존재함을 느꼈다. 지식을 뽐내기 쉬워 좋아했던 역사를 다르게 보았던 일이라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이 너무 좋아 선생님이 하자고 했던 일은 빠짐없이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철따라 산을 따라갔던 일이다. 그 중에서도 첩첩산중 시골 생활에서 잊혀지지 않는 게 천관산에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이었다. 둥그런 능선을 따라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 바다는 산바람과 함께 마음을 상쾌하게 해 주었다. 그 뒤로도 천관산은 대학에 입학하며 선배들과 처음 올랐던 산이고, 밀레니엄을 앞둔 시기에 가장 친한 사람들과 함께 했던 곳이며, 국어교사모임의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처음 둘러보았던 것으로 의미가 각별한 공간이 되었다.

바라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다 다른 기암괴석들,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는 않을 억새풀, 거센 해풍에 살아 남기 위해 자신을 한없이 낮춘 참나무들과 해송들이 눈과 마음에 들어왔다. 비록 자연에 맞선 인간의 흔적을 남긴 간척지도, 천관산에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다.

컴퓨터가 생활에 들어와 삶의 모습을 가장 많이 바꾼 곳이 아마도 학교일 것이다. 동료와 마주보며 이야기할 사이도 없고 컴퓨터와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바쁜 세상 속에 내던져졌기에 새삼 유행이 된 ' 올레' 기행을 하러 제주도로 산티아고로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가까운 산을 찾아 몸과 마음을 씻고 채워 오는 것도 좋겠다.
분회 야유회 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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