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이란 깨라고 있는 것이다”책을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도 ‘학교생활 규정집’을 읽고 있는 상황이 지루하다며 주인공 ‘카차도리안 레이프’가 화재경보기를 울릴 때부터 마음이 불편했다. 레이프 같은 녀석들이 한꺼번에 여러 명 떠올라 불편하기도 했고, 112가지나 되는 학교생활 규정이라는 게 너무 잡스러운 부분까지 규정하고 있어 불편하기도 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상황이란 게 있을 터인데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학교의 모습이 불편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난 꼰대이니까. 물론 개념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과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차이가 좀 있기는 했지만, 단짝 친구 레오나르도의 정체까지 파악이 되니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최악의 학교” 사실 ..
“달려라 배달 민족”은 학교에서는 잉여인간 취급 받던 실업계 학생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진정한 성장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그려진 작가의 전작 “꼴찌들이 떴다”와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다. 차이라면 두 작품의 쓰여진 시간만큼 서민들의 삶이 더 피폐해 졌으며, 학교에서 배움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실업계에서, 인문계와 중학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63)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건너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서서 학교를 살폈다. 직사각형 형태로 옆으로 길게 지어진 3층짜리 학교 건물, 문득 커다란 교도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들어가면 하루 종일 빡빡하게 짜인 시간표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여야 하는 곳. 한 줌의 자유도 없이 딱딱한 의자에 앉아 좋아하지도 않고 이해되지도 않는..
“B군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전국 1등’ ‘서울대 법대’를 강요하며 잠을 재우지 않거나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10시간 동안 때리는 등 체벌을 가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B군은 “당시 전국 4000등 정도의 성적을 받은 모의고사 성적표를 62등으로 위조한 사실이 어머니에게 들통 나면 심한 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고3 우등생 친모살해 사건 전모 중에서, 이훈철 기자 2011.11.27. (216) “아키라 공부는 하고 있는 거야?” 이번에는 아키라의 엄마가 나섰다. “공부를 어떻게 해. 참고서도 없는데.” “그럴 줄 알고 참고서 갖고 왔다. 자, 올려줄 테니까 손을 뻗어.” 아키라 엄마는 책 몇 권을 든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나 있는 거야? 해..
19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작가의 경험이나, 1990년대 초 고등학교를 다녔던 내 경험이나, 2010년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나 본질적인 측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마음이 뜨끔했다. 기성 세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다. 경험에서 보면, 지금까지 미래를 위해 경쟁적으로 준비한 시간 만큼 학교 교육은 망가졌다. 학급 환경 게시판을 석차로 도배했던 책속의 김만성 화백이나, 끊임없이 입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밤늦게까지 학교로 학원으로 내몰며, 밤 10시까지만 자율학습을 허용하고, 강제로 보충수업을 하지 못하게 했다며 교육감을 비난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무엇이 다른가. 마음에 태풍을 품고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교육 시스템..
한 마디로 이 책은 상처에 대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상처가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이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을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에 꼭 있었으면 하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작가의 언어는 폭력적인 세상을 비웃고 조롱하지만, 사람에 대한 희망을 여기저기에 심어 놓았다. 안나 아줌마의 넉넉한 품 속에, 무지개처럼 빛나는 유정의 말더듬이 속에, 야모스 아저씨의 눈 속에, ‘나’의 질문을 기다리는 하산 아저씨의 눈썹에 말이다. 그 외에도 맹랑한 녀석, 주기도문을 잊어버린 전도사, 사랑을 찾은 쌀집 둘째딸, 조용한 존재감 이맘 아저씨, 주정뱅이 열쇠장이, 노란 줄 고양이 등이 작품을 읽는 내내 딱하지만 반가운 이웃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이 읽기에 작가의 언어가 위악(?)..
청소년 문학을 쓰는 작가 중에는 나와 비슷한 연배임에도 아이들과 빠르게 호흡하는 작가가 꽤 많다. 에도 요즘 중3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가 표지나 구성, 문체에서 다양하게 느껴진다. 내 경험이거나, 내가 바라본 기준에서 비교하는 것이겠지만, 여자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친하게 지낼 때에는 모든 것을 다 공유해야할 것처럼 하다가도, 사이가 멀어지면 완전히 단절한다. 심지어 새 친구에게 이전 친구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그게 이른반 '뒷담화'가 돼 따돌리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친구를 독점하고 싶은 이런 여자 아이들의 심리는 라는 책에도 잘 그려져 있다. 이 책의 제목인 '파랑'은 시원, 신선, 희망, 자유와 같은 긍정적인 의미와, 우울하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
'구제역', '조류 독감'으로 살처분된 소, 돼지, 닭, 오리가 100만 마리를 넘는다고 한다. 살처분. 국어 사전엔 없는 말이지만, '살'이란 말에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구덩이를 파 살아 있는 동물을 강제로 매몰하는 처분. 생명체이면서도 상품이기에 내릴 수 있는 처리 방법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집단으로 자살하는 동물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인위적이건, 자연적이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사인' 같아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동물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동물은 사람과 같다. 그것은 동물을 의인화한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시튼의 동물 이야기인 이라든가, 에 나오는 동물들은 본능적이지만 사고하는 동물과 인간의 두뇌 싸움 같은 게 있고, 이야기 말미에는 잡고 잡히는 관..
사이버 폭력과 집단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조금 더 무겁고 심각하다.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점에서는 한 목소리이지만, 등장인물의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가해자가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는 점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의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생각해 볼만한 점들이 많다. 자아의식이 강하고 적극적인 학생이었지만 전학을 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소외와 따돌림, 어느 학교에나 존재하는 구석진 아이들의 소외와 배타성, 이른 바 잘나가는 학생들의 폭력적인 이기심, 교사들의 무관심과 가정문제까지. 아이들에게는 흥미있는 읽을 거리를 통한 사이버 폭력과 따돌림에 대한 성찰을, 교사와 학부모에게는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제목처럼, 크리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크리스는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한다. 왕따를 당하는 이유는 성격 때문인데, 과장된 행동에, 남의 일에 참견하길 잘하며,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허황된 상상을 하기도 하며, 친구 관계를 잘 풀어가지 못한다. 그러던 크리스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며 서술자 '토리'를 비롯한 여러 친구를 부러워하는 편지를 교장 선생님에게 보낸 후 사라진다. 사람들은 크리스의 행방에 관심을 갖지만, 크리스가 사라진 원인을 살피지 않는다. 그것은 크리스의 부모도 마찬가지여서 크리스와 관련된 문제를 살피지 않고, 크리스를 크게 다치게 했던 빈민굴의 '보 리처드슨'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자신의 기타를 허락없이 만졌다는 이유로 크리스를 때린 적이 있었던 '토리'는 크리스의 행방에 관심을 가지고 ..
미래 사회에 대한 불편한 전망과 극복 ‘판타지 소설’로 분류될 이 소설은 미래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반도라는 이야기의 배경도 그렇지만, 20대 실업문제와 저출산 문제, 극심한 빈부차, U-러닝 등 간접 체험과 지식을 강조하는 교육 풍토, 이 과정에서 싱커들의 광장 모임은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인한 촛불시위와 2년 전의 촛불시위를 떠올리게 하며, 신아마존의 파괴도 4대강 사업과 연결된다. 신아마존과 시안을 파괴하는 ‘곰쥐’를 MB로 대치하면 너무나 불경한 것일까. 그래서 ‘싱커’에 그려진 미래 사회의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 모두 적용된다. 미래 사회는 통제 사회이다. 지하 세계라는 공간은 시간까지도 통제하는 공간이다. 또 유전 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