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리 편지(배유안)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23. 10. 4.
오래전부터 들었던 책이다. 한글이 백성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소설로 잘 그렸다고 많은 추천을 받았다. 그동안 읽을 생각을 못했다 도서실 복본 도서 중에 우리 아이들(중1)과 2학기에 함께 읽고 토론할 책을 검토하다 가장 먼저 만났다.
이야기는 피부병과 안질이 심했던 세종대왕이 치료를 위해 들렀던 초정리에서 어린아이 장운을 만나며 시작된다. 장운이에게 한글을 알려주고 장운이 쉽게 배우며 누이에게도 가르쳐 금방 익힐 수 있는 한글의 효용을 보며 한글 창제 당시의 세종대왕의 고민과 한글이 백성들에게 매우 유용한 글자였음을 잘 알려준다.
이야기에는 ‘한글’이 단순한 글자가 아닌 신분제라는 기득권과 관련돼 있으면서도 하루 종일 노동해야 하는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뜻을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변혁적인 모습을 잘 드러내 준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집안 형편으로 유치원을 다니지 못해, 초등학교에서 나머지 학습을 하며 한글을 처음 익혔을 때가 떠올랐다. 자음과 모음을 따로 공부하다 이들을 합쳐 하나의 음절을 배우고 음절과 음절을 합쳐 내가 소리로 알고 있는 단어를 글자로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그 신비로움과 즐거움을 책 속의 백성들도 느끼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배움이 배워야 하는 과제가 아닌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는 즐거운 일임을 새삼 느꼈으면 좋겠다.
또 하나 세종대왕 당시의 말살이(언어 생활)를 느낄 수 있게 원문도 기록돼 있다. 약 700여 년 전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색다른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한글이 백성들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드러난 부분을 중심으로 인상 깊은 구절을 발췌했다.
(74) 종이를 든 장운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장운은 더듬더듬 글자를 짚어 나가며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그것은 분명 누이가 장운에게 하는 말이었다.
“아바니믄 좀 엇더하시잇고 너도 이대 잇ᄂᆞᆫ다 나ᄂᆞᆫ 이대 잇ᄂᆞ니라 만나고쟈 ᄒᆞ야도 쉽디 아니 ᄒᆞ니 참고 기ᄃᆞ리노라~”
‘누이가 편지를 써서 보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장운은 가슴이 벌렁벌렁했다.
봉구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편지 맞니? 참 이상하네.”
✍ 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시 정신을 놓다 손을 크게 다친 석수장이 아버지, 아버지를 치료하느라 든 약값 때문에 누이가 남모르는 집의 종으로 팔려 나간다. 그런데 누이에게 편지를 통해 소식을 듣다니 이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운 일인가.
(108) 저녁을 먹고 나면 장운은 낮에 일터에서 들은 것을 떠올려 종이에 꼼꼼히 적었다. 그러고는 몇 번이고 읽었다. 글을 읽으면 낮에 만진 돌의 느낌이 손에 되살아오는 것 같았다.
(중략)
“햐, 글이란 게 참 좋네. 이렇게 써 두고 익히면 정말 공부가 되겠다.”
“그래,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보여 줄 수도 있고.”
난이가 오복에게 종이를 건네주며 말했다. 장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다른 사람들도 이 글자를 다 알게 되면...... 할아버지가 곧 그렇게 될 거라고 하셨어.”
✍ 문자가 문화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을 그리고 있다. 한문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는 한글만으로도 학사, 석사, 박사까지 취득할 수 있는 총체적인 생활이 가능한 글자로까지 발전했다.
(152) “윤 초시 댁 마님도 좋은 글자라고 하셨어요.”
“호기심이겠지. 글자라는 게 한자처럼 점잖고 어려워야 글자지, 아무나 다 쓰면 그게 무슨 글자냐?”
“누구나 다 쓸 수 있으면 좋잖아요.”
“좋긴 뭐가 좋아? 양반 상놈 구분도 안 되게. 그리고 양반들은 그런 거 안 써. 평생 배워 온 진서가 있는데 뭐 하러 그까짓 걸 새로 배우냐?”
장운은 입을 다물고 발길을 떼었다.
“네 주제에 뭐, 사람들을 가르쳐? 분수를 알아라. 네 신분을 좀 알란 말이다.”
✍ 한글 창제가 당시 지식인 사회에 어떤 충격을 주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구절이다. 문자가 곧 신분인데, 한글은 그 강고한 벽을 깬 것이다.
(189) 갑출이 심각한 표정으로 종이를 읽고는 약초 주머니를 이리저리 살폈다.
“의원 났네. 잘 찾아봐, 성.”
장운이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 이거네. 누군지 야무지게도 적어 놨다.”
갑출이 약초 봉지 하나를 꺼내 달랑달랑 흔들었다.
“물 한 되에 약초 반 냥을 넣어...... 내가 하는 김에 의원 노릇 확실히 한다.”
✍ 한글이 일반 백성들의 삶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 보여 주는 부분이다. 한글 덕분에 우리는 문화 강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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