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고미숙)

 

집을 떠나 여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님과 어린 아이가 있어 여행을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을 찾아가기 일쑤다. 그래서 가고 싶은 여행마저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끊임없는 자기 독백과 함께 세상, 사람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한다. 여행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자연과 문화, 인성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공통적인 본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도 같다.

<열하일기>에는 그런 여행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당시 가장 선진국이며 여러 문화가 녹아있는 청나라를 방문하면서도 연암이 붙잡고 있었던 것은 문명에 대한 관심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도’였고 ‘덕’이었다. 어떻게 하면 도덕을 이룰 수 있을까.
'이용후생'하여야 덕을 이룰 수 있다. 이용후생하기 위해서는 마음에 갇힌 틀, 편견을 벗어던질 때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으며, 그것이 윤리적인 비전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호질', '일야구도하기', '상기' 등에서 연암은 끊임없이 사고를 자유롭게 하라고 한다. 즉 사물과 사물을 바라보는 나를 구분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물은 그대로 있는데,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 사람은 자기가 가진 틀(선입견)을 고집하거나(아집), 명분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사물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런면에서 물성이 인성보다 뛰어날 수 있으며, 물성을 꼼꼼하고 다양하게 살펴보는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의 지은이(엮은이)는 "그대 길을 아닌가"에서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두꺼운 책 3권에 해당하는 내용을 '삶과 문명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10편 가려뽑은 이 책은 열하일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안내서이다. 

0. 인트로: 그대 ‘길’을 아는가?
-연암은, ‘길’은 강과 들판 ‘사이’의 언덕(기슭)에 있다고 함.
-‘길’을 ‘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듯. ‘도’는 어디에 있는가?
-길 즉, 도는 인간의 윤리와 만물의 법칙으로, 강과 들판처럼 경계를 만드는 틀 같은 것. 사유라고 할 수 있음.
-그런데 그 틀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작가는 ‘사이’를 적극적인 ‘사유행위’로 보고 있음. ‘사유’를 다르게 해야한다는 말인가.

1. 소경의 평등안:이용후생, 그리고 正德
청나라를 오랑캐로 보는 우리나라 사람들(편견)보다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는 소경이 오히려 평등한 눈을 가졌음을 깨달음.
청나라에서 배울 것은 세세한 것부터 많다. 이용후생하여야 ‘정덕’이 비로서 가능해짐. 연암은 ‘정덕’을 위해 이용후생에 관심이 많다는 것 강조.
역설적으로 청 문명의 장관을 기와조각과 똥부스러기에서 보았는데, 이용후생하는 삶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2. 호곡장: 아, 참 좋은 울음터로구나!
새로운 공간, 갓난아이가 태어날 때의 감동과 환희의 울음을 느낄 수 있는 존재론적 공간,
무아의 지경, 즉 경계가 허물어진 편견을 떨친 그런 공간.

3. 호질: 너희가 범을 아느냐?
인성과 물성은 같다. 아니 물성이 오히려 더 낫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비판..

4. 허생: 황금을 보기를 뱀처럼 하라
북벌론의 허구와 정덕을 이야기

5. 야출고북구기: 만리장성에 담긴 뜻은
-밤에 고북구를 나서며
-고북구는 오랑캐의 침입을 막기 위해 험준한 지형에 세운 성. 그러나 오히려 그 길을 통해 오랑캐가 침입해 오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기에서 싸우다 죽음. 아무런 명분과 이유 없이 처참하게 죽어간 반전에 대한 태도?

6. 일야구도하기: 내 이제야 도를 알았도다!
-하룻밤에 9번 강을 건너며
-소매가 긴 옷 때문에, 말잡이가 필요하고, 그렇다보니 말에게 9가지 위태로움이 생기게 되었다는, 소매 때문에 생긴 비실용적인 문제.
-9번 강을 건너며 알게 된 것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른 세상이 아니라,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물었을 때, 즉 나에 대한 집착(아집)을 버렸을 때가 명심, 도를 깨닫은 상태임.
-호접지몽을 이야기하며, 분별없는 세상을 다시 이야기

7. 상기: 코끼리를 통해 본 우주의 비의
-하나의 기준으로 사물을 바라볼 때의 문제. 이미 바라보기 전부터 자신의 마음에 선입견이 생기는 것.

8. 판첸라마 대소동: 천하의 형세를 헤아리다
-청나라는 현실적인 판단으로, 조선은 명분(이념) 때문에 생긴 해프닝.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
-현실과 국가의 비전 등을 고려한 태도가 필요할까?
-그렇다면 남북 외교 같은 것에서는..

9. 환희기: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요술, 눈속임의 한계, 달리 말하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국내도서
저자 : 고미숙(Ko Mi-Sook)
출판 : 아이세움 200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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